현대를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커피와 차 없는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차와 술을 즐겼을까? 언제, 어떻게, 왜 마셨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역사는 짧지 않았기 때문에 시대마다 문화가 다르기도 하며 계층별로 문화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매일 아침 점심 함께하는 '아메리카노' 도대체 커피는 한국인의 일상속에 언제부터 들어왔을까? 한국의 차, 술, 커피의 역사를 따라가 보자.
차, 신분과 철학을 담다
고려 시대의 차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 접하기 쉬운 음료는 아니었다. 주로 귀족과 승려들이 마실 수 있었다. 특히 불교 문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승려들은 명상을 위해 차를 마시기도 했으며, 왕실에서도 차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고려시대를 생각하면 왕과 신하들이 차를 앞에 두고 정사를 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은 차를 사치품이었는데, 당시 상황상 백성들에게 차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유교가 자리 잡으며 차 문화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불교를 억누르던 분위기 속에서 차보다는 성리학적인 삶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그 시기에도 양반들은 학문을 논할 때 차를 마시기도 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차를 마시며 이야기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차를 따르며 깊은 사색에 잠겼을 학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다만 차문화가 화려한 중국처럼 발전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약차나 생강차 같은 건강을 위한 차들이 남아 있다.
조선 후기로 가면 차 문화가 점점 사라진다. 대신 숭늉 같은 곡물 음료가 자리 잡았다. 뜨거운 밥을 짓고 남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마시며 소박한 만족을 느꼈을 백성들. 차보다는 간단하고 실용적인 음료들이 선호된 것이다. 그러나 다도를 중요하게 여긴 일부 학자들은 여전히 차를 사랑했다.
술,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모든 것을 함께하다
술은 차보다 훨씬 대중적이었다. 삼국 시대부터 이미 술을 빚었다. 제사 때 신에게 바치고, 전쟁 전 병사들에게도 나눠 줬다. 고려 시대에는 특히 술 문화가 발달했다. 고려청자에 담긴 술을 마시며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는 일이 흔했다. 달빛 아래서 술잔을 기울이며 벗과 인생을 논하던 고려인들.
조선 시대에는 술이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전통주가 생겼다. 안동소주, 막걸리, 동동주 등은 조선 후기에도 사랑받았다. 양반들은 술자리에서 시를 짓고, 서민들은 농사 후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 노동 후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에 쌓였던 피로가 녹아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술은 때때로 문제도 일으켰다. 지나친 음주는 사회적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술 소비가 많아지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술은 여전히 삶의 일부였다. 결혼식, 장례식, 명절 등 중요한 순간마다 술은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술 한 잔을 나누며 기쁨을 나누고, 슬픔을 달랬다.
커피, 서양의 바람이 불다
커피가 한국에 처음 들어온 건 19세기 말이었다.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했을 때 서양인들과 어울리며 커피를 접했다. 이후 황실에서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생겼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전히 생소한 음료였다. 커피를 처음 마셨을 고종의 표정은 어땠을까? 쓴맛에 놀라지 않았을까?
본격적으로 커피가 대중화된 것은 일제강점기다. 일본을 통해 서양 문화가 유입되면서 경성(지금의 서울)에 다방이 생겼다. 1920~30년대 문인들은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다. 연필을 굴리며 깊은 사색에 잠긴 채, 커피잔을 들었다 놓았다 했을 그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었다.
커피가 대중 음료가 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다. 미군을 통해 인스턴트 커피가 보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마실 수 있게 되었다. 1970년대 들어서는 다방 문화가 전성기를 맞이했다. "커피 한 잔 할래요?"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던 시대.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원두커피가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커피가 한국인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마무리하며
차, 술, 커피. 시대에 따라 한국인의 입맛과 문화가 변해 왔다. 차는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고, 술은 꾸준히 사랑받았으며, 커피는 비교적 늦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음료를 마시며 대화하고, 문화를 만들었다. 뜨거운 차 한 잔을 마시며 깊은 사색에 빠지고, 술을 나누며 웃고 울고, 커피 한 잔을 들고 미래를 고민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 100년 후의 한국인들은 어떤 음료를 마시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갈까?